[블록먼데이]일론 머스크가 좋아하는 도지코인, 네 정체는?
2021-05-13 09:08

요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는 비트코인 외에 조금 독특한 이미지로 주목받는 코인이 있습니다. 바로 '도지코인(Doge Coin)'인데요.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지를 받으며 가치가 급등, 시가총액 14위(21일 기준)에 올라 있습니다. 개당 가격은 60원 내외로 1년 전 2~3원대와 비교하면 수십배 이상 폭등했죠. 오늘은 도지코인이 무엇인지, 왜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도지코인은 2014년 IBM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르쿠스'와 어도비의 마케팅 담당자 '잭슨 팔머'가 유명 시바견 밈(Meme, 모방이 쉬운 유행·풍자 요소)을 차용해 만든 코인입니다. 그 이미지처럼 '장난코인'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비트코인처럼 운영 주체가 없는 탈중앙화 코인이고 개발엔 단 3시간이 걸렸다고 전해집니다. 게다가 특별한 개발 목적조차 정의돼 있지 않습니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는 도지코인의 가장 인기 있는 용도가 '사례금(tipping)'이라고 소개되고 있는데요. 실제 레딧 등 해외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사용자끼리 도지코인을 선물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도지코인의 개당 가격이 매우 낮고 발행량 또한 무제한으로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제한 발행은 도지코인의 태생만큼이나 그 특유의 '가벼움'을 잘 드러내는 특징입니다. 보통의 가상자산이라면 발행 시점부터 최종 발행량을 정해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비트코인만 해도 총발행량이 2100만개로 고정돼 있고 현재 1800만개가량 채굴된 상태입니다. 대신 그에 따른 희소가치가 생기므로 수요만 있다면 보유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구조이죠.
반면, 도지코인에서는 분당 1만개의 코인이 발행됩니다. 1시간에 60만개, 1년이면 무려 52억개의 코인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도지코인 가격이 1~2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대신 그만큼 부담 없이 구입하고 장난처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그동안 꾸준한 거래량을 유지해올 수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도지코인 생태계를 두고 "비트코인 투기 열풍을 역설적으로 비꼬는 코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시바견 밈으로 상징되는 도지코인의 장난스러운 분위기와 엉뚱한 구조는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도지코인이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애초에 무가치한 코인으로 만들어진 탓에 가격 분쟁을 야기하는 기관 및 전문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기도 했고요.
도지코인은 때때로 '티끌 모아 태산'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곤 합니다. 2014년 도지코인 재단이 도지코인을 기부해 자금난 문제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불참할 뻔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을 후원한 사례는 유명합니다. 또 재단이 비영리 단체와 함께 추진한 케냐 타나강 우물 건설 프로젝트에도 전세계 사용자들이 4000만개 이상의 도지코인을 기부했죠. 악의 없고 유쾌한 도지코인 커뮤니티의 분위기 또한 이 코인이 장기간 생존해온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했던 도지코인 가격이 최근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요동치는 모습입니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도지코인은 대단히 멋지다"며 관심을 보여왔는데요. 2020년 말부터 도지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만큼이나 강력한 트위터 영향력자인 그의 포스팅은 하나하나 적잖은 파급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가 2020년 12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마디: 도지(One word: doge)'란 게시물을 올리자 도지코인 가격은 단번에 17% 이상 급등하기도 했죠.
또 1월 28일엔 패션잡지 '보그(VOGUE)'의 표지 모델을 개로 패러디한 '도그(DOUGE)'를 게시했는데요. 당시에도 머스크 지지자들은 이를 '도지코인 매수 신호'로 받아들여 하루 동안 도지코인 가격이 무려 800%나 폭등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가격은 일부 하락했으나 머스크가 도지코인 관련 트윗을 올릴 때마다 가격이 반등하는 일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가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가상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소 괴짜스럽고 남다른 반항 기질이 있는 머스크의 성격상 도지코인의 이단아스러운 면모가 매력적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요. 머스크의 최근 행보에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그는 도지코인 외에도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소개에 비트코인을 태그(#bitcoin)함으로써 단기 가격 급등을 이끈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테슬라 명의로 한화 약 1조7000억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뒤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비트코인의 사상 첫 5만달러 돌파를 돕기도 했죠.
강력한 국가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법정화폐와 달리 가상자산의 특징은 누구나 가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처럼 운영 주체가 없는 탈중앙화 자산들은 그런 점이 더욱 부각됩니다. 이런 점이 기성체제에 저항하려는 머스크의 성격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실제로 그는 "장난처럼 만들어진 도지코인이 미래의 화폐가 된다면 정말 재미있고도 아이러니할 것"이라며 "운명은 원래 아이러니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또 그가 운영하는 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가 화성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화성경제는 가상자산이 주도할 것"이라며 말하기도 했고요.
또 어쩌면 그는 중앙 권력이 지배하는 기존 금융체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 가상자산과 같은 신흥세력의 조력자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배경이 자산이 투자한 가상자산의 가치를 높인 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쇼'일지, 비트코인의 초기 목표처럼 탈중앙 화폐 유통 활성화를 통해 금융 혁신을 부채질하려는 것일지는 앞으로 면밀히 지켜볼 일입니다.